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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지신(移木之信)
이강룡
본지논설위원
시인
2013년 01월 15일(화) 12:56 [경북중부신문]
 

ⓒ 중부신문
 중국 진(秦)나라 효공(孝公) 때 재상 상앙이 당시 수도였던 함양의 대궐 남문에 3丈(사람 키의 3배)의 나무를 세우고 “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기는 자에게 십금(十金)의 상금을 주겠다.”고 방(榜)을 붙였다.
 그러나 백성들은 아무도 이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 이에 상앙은 다시 상금을 오십금(五十金)으로 올렸다. 백성 중 한 사람이 속는 셈치고 그 나무를 북문으로 옮겼다.
 상금이 그대로 지급되자 소문은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이때부터 백성들은 국가의 법령을 따르게 되었고 진은 마침내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를 이룩하게 되었다. 강력한 법치주의의 기틀을 세운 재상 상앙의, 나무 옮기기로 신뢰를 얻은 이야기이다.
 비록 역사적 고사이지만 이 이야기는 오늘 우리가 다른 산의 돌(他山之石)로 삼아야 할 사실이라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깊은 불신의 늪에 빠져 있다. 지금이라도 녹화기를 돌려보라. 국회의원들은 아직 불과 몇날이 지나지도 않은 대선 직전에 자기들의 세비를 30% 삭감하겠다고 국민 앞에서 철석 같이 약속했다.
 그 입에 침이 마르기도 전에 물가상승을 훨씬 초월하는 20%나 세비를 올렸다. 나라 살림은 아랑곳없이 그렇게 사사건건 생사를 건 듯 싸움질만 해대던 국회가 해마다 자기들 주머니 채우는 데는 만장일치의 기막힌 화합을 잘도 보여주었다. 의원들의 그 많은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공언했다.
 선거가 끝난 지금 그 역시 우리가 언제 그랬더냐고 오리발이다. 애초부터 크게 믿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얼마간 시간이라도 흐른 뒤에나 해야 할 뻔뻔함이 아닌가. 연말에 끝나야 할 예산 처리를 새해 초에야 끝내고도 그 뒤의 갖가지 잡음(雜音)들은 차마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하다.
 예를 들자면 한정이 없다. 정부를 믿고 법을 지켜 온 사람은 번번이 손해를 보고, ‘내 배 째라’며 막무가내로 주먹 흔들고 우격다짐으로 달려드는 자들은 결국 이득을 보는 일들이 대한민국의 백주(白晝)에 얼마나 많이 일어났던가, 그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가.
 이래서야 누가 나라 법을 믿고 따르겠는가. 오죽하면 국가의 말은 반대로 하면 그게 잘하는 길이라는 자조(自嘲) 섞인 말이 회자(膾炙)되고 있겠는가.
 법이란 그 공동체의 일원이 지키고 존중할 때 비로소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누구보다 솔선하여, 그리고 철저하게 그 법을 지켜야 할 사람들 -그 법을 만든 사람들-이 스스로 준법을 외면하고 있으니 누가 법을 법이라 존중하고 지키겠는가.
 새로 출발하는 박근혜 정부가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부를 표방하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이때까지도 번번이 그랬지만 ‘이번에는 정말’ 새 정부에게 진나라 상앙의 이목지신을 간절히 기대해 본다. 신(信)이란 사람 인(人)에 말씀 언(言)이 합한 글자이다.
 신뢰받는 정치인이 되는 제일장 제일과는 국민 앞에서 공약(公約)한 것을 지키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정치인의 공약은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국민 앞에 손을 들고 지키기를 약속하는 엄숙한 선서와 같은 것이다.
 그저 화장실 갈 때는 간이라도 빼내어 줄듯하다가 화장실에서 나올 때엔 헌신짝처럼 내팽개쳐도 되는 그런 공언(空言)으로 치부해서는 절대로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는 다시는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없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말하지 않는 민심(民心)을 모르고 있는 줄로 착각한다면 그것은 천심(天心)을 거스르는 일이다.
중부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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