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難得糊塗(난득호도)
구미 옥계초등학교 교장 김영우
2019년 04월 12일(금) 17:43 [경북중부신문]
 

ⓒ 경북중부신문
똑똑한 체 하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는 어려운 세상에 자신의 장점을 감추고 어리석고 바보처럼 침묵을 지키며 살아가기는 정말로 어렵고 힘든 일이다.
‘말을 배우는 데는 2년이 걸리지만 침묵을 배우는 데는 60년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말을 배우는 것은 ‘훈련’이지만 침묵은 ‘심오한 깨달음’에서 나온다는 의미일 것이다. 공자께서는 ‘六十而耳順(육십이이순)이라 하였다. 온갖 세상 풍파를 겪고 60 나이가 되면 인생에 경륜이 쌓이고 사려와 판단이 성숙하여 남의 말을 잘 듣고, 잘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청나라의 뛰어난 문학가이자 서화가로 詩(시)·書(서)·畵(화)에서 모두 놀라운 재능을 보였던 鄭板橋(정판교, 1693~1765)는 이름이 燮(섭)이고 자가 克柔(극유)이며 판교는 그의 호이다. 금농, 황신 등과 더불어 楊州八怪(양주팔괴: 청나라 중기의 신흥 상업도시 양주에서 활약한 8명의 화가를 지칭하는 말) 중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의 작품은 주로 전통적인 화법이나 기교에 구애받지 않고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표현으로 꽃, 식물과 인물화를 즐겨 다루었으며 특히 난초와 대나무에 능했다. 옹정 10년(1732년)에 향시에 합격하고 건륭 원년(1736년)에 진사시에 합격한 후 산동성 범현 현령, 유현 현령을 역임했다. 건륭 17년 지방 관리로 있을 때 기근에서 백성을 구하려다 상관과 충돌한 뒤 면직당해 병을 핑계로 고향에 돌아와 청빈하게 살면서 난 대나무 돌 등을 그리며 여생을 즐기다 72세로 생을 마쳤다.
정판교의 ‘難得糊塗經(난득호도경)’의 시 내용이다.
호도경이란 ‘바보경’이라 할 수 있다.
“聰明難 糊塗難(총명난 호도난)/ 총명하기도 어렵고 어리석기도 어렵다.
由聰明轉入糊塗更難(유총명전입호도갱난)/ 총명한 사람이 어리석게 보이기는 더더욱 어렵다.
放一着 退一步 當下必安(방일착 퇴일보 당하필안)/ 모든 집착을 버리고 한 걸음 물러서 마음을 놓아버리면 편안해 진다.
非圖後來福報也(비도후래복보야)/ 그렇다고 나중에 복을 받고자 도모함이 아니다.”라는 뜻으로 가끔은 바보인 척, 때론 멍청한 척, 모자란 척, 많은 일을 하면서도 적게 일 한 척, 많이 가졌으면서 적게 가진 척해야 인생 살아가기가 편하다는 정판교의 ‘지혜와 철학’을 엿 볼 수 있는 내용이다. ‘난득호도’는 현재 13억 중국인들의 ‘좌우명’으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1970, 80년대 중국의 국가 주석 鄧小平(등소평, 덩샤오핑)의 외교 정책 노선의 핵심은 ‘韜光養晦(도광양회, 감출 도, 빛 광, 기를 양, 그믐 회)이다. 즉 ’칼날의 빛을 감추고 어둠(그믐) 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뜻으로 ‘자신의 재능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의미의 외교 정책을 견지하며 등소평은 남 몰래 힘을 키워나갔다. 그 이후 2000년대 胡錦濤(호금도, 후진타오) 국가 주석은 ‘도광양회’를 발판으로 和平屈起·有所作爲(화평굴기·유소작위)의 전략을 내세웠다. 2003년에는 ‘평화를 유지하면서 우뚝 선다’라는 뜻의 ‘화평굴기’를 외교 노선으로 하면서 2004년에는 ‘해야 할 일은 한다’라는 뜻의 ‘유소작위’로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이면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하였다. 그 이면에는 정판교의 ‘난득호도’의 ‘역사적 교훈과 지혜’가 숨겨져 있다.
주역 괘사전에 “군자가 실력과 도량을 몸에 감추어 두었다가 때를 기다려 움직이면 무엇이 이롭지 않음이 있겠는가? (君子 藏器於身 待時而動 何不利之有? 군자 장기어신 대시이동 하불리지유?)” 아무리 능력과 실력을 갖춘 사람이라도 움직여서는 안 될 때 함부로 움직이면 큰 화를 입을 것이고 비록 능력이 없더라도 때를 알고 움직이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철학이다.
‘도덕경 71장’에 의하면 “知不知上 不知知病(지부지상 부지지병)/알면서 알지 못하는 체 하는 것이 훌륭한 태도요.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체 하는 것이 병폐이다.
聖人不病 以其病病 是以不病(성인불병 이기병병 시이불병)/성인에게 병폐가 없는 것은 병폐를 병폐로 인정하기 때문에 병폐가 되지 않는다.”
아는 체 할수록 실수가 잦고 신뢰가 떨어진다. 좋은 인간관계는 적당한 침묵에서 나온다. 세상 잘 적응하고 살아가려면 적당한 침묵과 웅변이 조화를 이루어야 가능하다. 총명한 사람이 바보인 척 어리석게 보이기는 더더욱 어렵다. 때론 바보가 되는 것이 현명한 삶이 아닐까.
임주석 기자  scent12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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